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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사 1년 차에 하고 있는 것들
    공부 2019. 3. 2. 08:54


    영국의 박사과정은 미국과는 달리 짧습니다. 3년에서 4년 정도의 기간 안에 논문을 써내는 것이 영국 박사과정의 핵심이고, 미국처럼 수업만 듣는 코스웤 과정이 없기 때문에 연구에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청강을 하거나 교수가 이끄는 리딩 그룹 등에 참여하거나, 책을 읽으면서 채워나가야 합니다. 매주 각 분과별로 진행하는 세미나에서 교수들의 (종종 박사 과정생도 발표합니다) 연구 발표를 듣는 것도 지식을 채워나가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박사 과정생은 첫 해가 끝날 무렵 리뷰보드라는 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교수들이 평가진이 되어서 1년 동안 박사과정생이 한 것을 토대로 이 학생이 논문을 끝까지 써낼 수 있을지를 평가합니다. 주로 논문 전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 분야의 연구의 흐름이 어떤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지, 논문이 제한된 기간 안에 완성될 수 있도록 계획된 것인지, 관련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그리고 논문 주제가 적절한지 등을 평가합니다. 그래서 박사과정생은 1년차에 자료들을 연구하면서 박사 논문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과 틀을 잡아나가고 그 틀에 따라 연구를 하고 글을 씁니다. 1년 차 리뷰보드 전에 잘 정리된 연구계획서와 실제로 그 계획을 따라 진행한 연구 결과물을 일부 제출해야 합니다. 


    전 17세기 스코틀랜드 신학자 사무엘 러더포드라는 사람의 교회론(교회에 대한 교리)을 연구하고 있는데, 교회사 또는 역사 신학이라는 분야의 연구이기 때문에 당시의 신학, 철학, 역사적 배경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연구 주제를 좀 넓게 봐야 해서 14세기 말부터 17세기까지 훑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논문이 대략 어떤 주제가 될지는 정해졌고 그 주제를 위해서 어떤 세부 주제들을 살펴봐야하는 지도 정해졌지만, 전체적인 구성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이 분야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주로 살펴봤거든요. 박사 과정에 지원할 때 미리 연구계획서를 써내는데, 연구계획서대로 그대로 연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조금씩은 구성이나 방향이 바뀌거나 아니면 아예 주제가 바뀌기도 합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주제가 바뀔 거 같지는 않지만, 구성은 좀 바뀔 거 같네요. 


    옛 신학자들은 주로 라틴어로 책을 썼기 때문에, 사무엘 러더포드의 글 중 일부를 읽기 위해서는 라틴어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라틴어 수업을 청강하고 있는데요. 청강 수업을 듣지 않고 연구만 집중하는 다른 학생들이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그래도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이 잘 가르쳐줘서 열심히 따라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실력이 잘 늘어서 라틴어 자료들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실 또 하나의 걸림돌은 16-17세기 영어로 된 글들을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대어로 번역된 자료가 아니기 때문이죠. 철자나 문법도 다르고 글을 쓰는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서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지도교수님이 차차 익숙해질 거라고 했으니,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하며 꾸역꾸역 읽고 있습니다. 


    제 1년차 리뷰보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6월에서 7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평가에서 떨어진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조금씩 긴장이 되는데요. 잘 준비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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