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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 언약, 부흥, 그리고 학문적 글쓰기
    공부 2021. 3. 12. 09:31

    순교한 언약도 기념비 photo by Hui-sang Hwang

    스코틀랜드의 국민 언약(National Covenant)은 찰스 1세와 윌리엄 로드 대주교의 친-로마 가톨릭적인 종교정책에 반대하고 참된 신앙을 지키겠다는 기조로 교회 지도자들과 귀족들, 그리고 국민들이 1638년에 전국적으로 언약을 맹세한 사건이다. '국민 언약'이라고 하면 뭔가 개개인이 좀 더 강조되는 느낌이 있는데 이 언약은 구약성경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언약을 갱신하는 모티브를 그대로 이어받았기 때문에 하나님과의 국가적 언약이라는 측면을 간과하면 안 된다.

    장로교 역사에서 국민 언약은 하나의 종교개혁으로서 신앙에 귀감을 주는 모범적인 예로 손꼽힌다. 그러나 또한 역사적 사건으로서 국민 언약은 당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아일랜드의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교회 내 갈등 속에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학자들은 국민 언약의 발생과 이에 대한 전국적인 수용을 단지 신앙이나 부흥의 측면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학문이란 측면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오늘 읽은 재밌는 논문은 최근 에딘버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네이슨 후드 (Nathan Hood)의 글이다. 후드는 국민 언약을 전파하고 언약에 참여하도록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과정에서 목회자들이 단순히 외적 맹세의 행위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모티브들을 사용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이 국민 언약을 맹세하는 가운데 강렬한 회심 체험을 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두 가지 사례를 상세히 분석하며 소개했지만, 이와 같은 사건들이 당시 많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후드가 언급하는 두 사례 속에서 사람들은 언약을 맹세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쏟고, 무릎을 꿇고, 신음하며 비통해하고, 동시에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안식일 (당시 주일)을 소홀히 했고, 잘못된 종교 의식들을 받아들였으며 (퍼스 5개조를 비롯한 가톨릭적 의식들), 하나님과의 언약을 버리고 (1581년에 있었던 왕의 언약 또는 부정 언약을 가리킴) 떠나 있었음을 회개한다.

    후드의 글은 학문적 측면에서는 당시 사람들에게 국민 언약이 어떻게 전해졌고 수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가치가 있다. 그리고 학문적인 글이기에 이 논문이 그 이상의 이야기는 다루지 않지만, 스코틀랜드의 국민 언약이 최소한 장로교 역사에 있어서는 신앙적 부흥 운동의 중요한 한 예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글이라 여겨진다.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아주 학문적인 글이지만 또한 신앙에 감화를 줄 수 있는 적용점들을 제공해주는 글. 중요한 배울 점이라 여겨진다.

     

    참고문헌

    Hood, Nathan C. J. 2020. ‘Corporate Conversion Ceremonies:: The Presentation and Reception of the National Covenant’. In The National Covenant in Scotland, 1638-1689, edited by Chris R. Langley, NED-New edition, 21–38. Boydell & Brewer. https://doi.org/10.2307/j.ctvxhrkw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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